대한민국이 천안함 폭침 3주기를 애도하는 시간에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점심자리에서 소주를 대량으로 마셔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 점심시간. 시흥시선관위 사무소 인근 음식점 내실에는 선관위 직원 14명이 자리했다. 이 자리에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감사관 4명도 동석했다.
이날은 3년에 한차례 실시되는 경기도선관위 감사로 감사관이 파견돼 시흥시선관위가 피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시에 시작한 점심은 불낙전골과 함께 소주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 두 병을 시작으로 이들의 음주량을 늘리기 시작해 8병까지 반입했다.
조용하게 음주 점심을 즐기던 선관위 직원들의 목소리는 점차 시간이 갈수록 웃음소리와 함께 높아지기 시작했다.
술자리가 마무리 되어 가던 시간에 여직원에게 술잔이 건네지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해당 여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흑기사를 요청하며 함박웃음을 자아내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잠시 한 직원이 나와 17만5천 원에 이르는 점심값을 외상장부에 기재했다. 오후 1시까지의 점심시간도 넘겼다. 아슬아슬하게 술을 마시던 이들은 1시10분이 되어서야 자리에서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나가면서 자기들끼리 하는 이야기는 공무원 신분을 망각했다. 한 여직원이 술에 취했다며 “퇴근해도 되겠냐”고 말하자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이 너무 자연스럽게 “차에서 한 숨 자”라고 말해 한 두 번의 음주 점심이 아닌 듯 했다.
음주 파문은 마침 지역 언론인 몇몇이 점심을 먹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기자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들의 음주행위는 과감했다.
3월26일은 천안함 폭침 3주년이 되는 날. 평택2함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천안함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눈물의 추도식이 거행됐다.
음식점에서 식사하던 주민 이모씨는 이들의 음주 점심을 보고 황당했다는 반응이다. 이씨는 “나라 전체가 천안함 폭침으로 슬픔에 잠겨있는 날, 공직자라는 사람들이 점심기간도 넘겨가며 취할 정도로 술을 마셔대는데 평소에는 얼마나 마셨겠느냐”며 성토했다.
더구나 공직기강을 다스려야 할 감사관이 피감기관 직원들과 어울려 음주 점심을 했다는 것은 박근혜 새 정부와 새로 수장을 맞이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도덕성에도 치명적이라는 여론이다.
시흥사회문제연구소 구모 연구원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시흥선관위의 미숙한 업무로 불신이 팽배했는데 이번 음주 파문은 불난데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감사하는 사람들까지 한 통속이니 법치와 도덕이 상실된 기관”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중앙선관위 감사실 정모 주무관은 “전국에 있는 선관위 직원이 2천여 명이 매도당할 수 있어 기사를 엠바고 해 달라”고 요청해 선관위의 공직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